1996년 이후 최고의 해를 맞이한 인텔, 화려한 부활인가 거품인가?

인텔(Intel)이 주식 시장에서 보여주고 있는 최근의 행보는 그야말로 극적인 반전 드라마와 같습니다. 지난 2024년, 인텔 주가가 60% 이상 폭락하며 최악의 시기를 보냈을 때만 해도 시장에서 이러한 급격한 회복세를 예상한 이는 드물었습니다. 하지만 2025년 12월 5일 기준, 인텔의 연중 수익률은 무려 107%를 기록하며 1996년 이후 수십 년 만에 최고의 성과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한때 성장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던 인텔이 다시금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성장주처럼 거래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시가총액은 약 1,900억 달러 수준으로, 여전히 업계의 거대 경쟁자들과 비교하면 뒤처져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현재의 밸류에이션이 기업의 실제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것은 아닌지, 아니면 내년에 더 큰 도약을 위한 발판인지에 대한 논쟁이 치열합니다. 과연 무엇이 인텔의 질주를 이끌고 있으며, 그 이면에는 어떤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을까요?

트럼프 행정부와 엔비디아: 강력한 상승 모멘텀

인텔의 주가가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9월부터였습니다. 당시 경영진은 트럼프 행정부와 ‘역사적인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미국 정부가 인텔의 지분 10%를 취득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해외 의존도를 줄이고 반도체 생산을 국내화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인텔이라는 확실한 파트너를 선택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정부의 직접 투자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심리적 안전판 역할을 하며 매수세를 자극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9월 중순, AI 칩의 선두주자인 엔비디아(Nvidia)가 인텔에 5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장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진 당일 인텔 주가는 22% 이상 폭등하며 1987년 이후 최고의 일일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비록 이 합의가 엔비디아 칩을 인텔 파운드리에서 생산한다는 것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투자자들은 두 거대 기업의 협력 가능성만으로도 환호했습니다. 현재 인텔의 주가는 40.14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지난 한 달간 약 6% 상승했고 연간 기준으로는 93% 넘게 급등한 상태입니다.

펀더멘털의 괴리: 실적 없는 기대감의 위험성

문제는 이러한 주가 상승이 기업의 본질적인 실적 개선보다는 막연한 기대감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냉정하게 펀더멘털을 들여다보면 우려스러운 신호들이 곳곳에서 감지됩니다. 인텔은 최근 3개 분기 중 두 번이나 영업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미래 먹거리로 지목된 파운드리 사업부는 지난 9월 27일 종료된 최근 분기에서 매출이 2% 감소한 것은 물론, 23억 달러라는 막대한 손실을 냈습니다.

실적 뒷받침 없는 주가 상승은 변동성을 키우는 주된 요인이 됩니다. 현재 애널리스트 추정치에 기반한 인텔의 선행 주가수익비율(Forward P/E)은 57배에 달합니다. 이는 지속적인 흑자 전환을 증명해내지 못한 기업에게 부여하기에는 다소 과도한 프리미엄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밸류에이션 경고등: 산업 평균을 훌쩍 넘는 PER

주가수익비율(PER)을 통해 밸류에이션을 조금 더 자세히 분석해보면 고평가 논란은 더욱 뚜렷해집니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으로, 투자자들이 해당 기업의 미래 성장성을 얼마나 높게 평가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일반적으로 높은 PER은 투자자들의 기대가 크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주가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현재 인텔의 PER은 무려 675.0배에 육박합니다. 이는 반도체 및 장비 산업의 평균 PER인 77.59배와 비교했을 때 기형적으로 높은 수치입니다. 물론 낙관적인 투자자들은 이를 미래 실적 개선과 배당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업계 평균을 이렇게 큰 폭으로 상회한다는 것은 현재 주가가 기업이 창출하는 이익 대비 과도하게 높게 형성되어 있음을 시사합니다.

결국 지금의 인텔 투자는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정부 지원과 엔비디아의 투자라는 강력한 재료가 주가를 떠받치고 있지만, 낮은 PER이 때로는 성장성 부족을 의미하듯, 지나치게 높은 PER은 재무적 불안정성 속의 과열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들은 단순한 시장의 환호나 주가 상승률에 취하기보다, 재무 건전성과 산업 트렌드 등 다양한 질적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