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지분 참여 소식에 인텔 주가 급락…’닷컴 버블’ 이후 최고치 밸류에이션 부담
최근 투자 유치 기대감으로 단기 급등했던 인텔의 주가가 수요일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법(CHIPS Act)에 따른 자금 지원의 대가로 회사 지분을 요구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러한 우려는 동종 업계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 다른 반도체 기업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반도체법 지원 대가로 지분 요구… 투자자 우려 확산
이번 주가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미 정부의 입장 표명이었습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반도체법 자금을 지원하는 대가로 인텔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이는 사실상 무상 지원으로 여겨졌던 정부 자금이 지분 희석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정부가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지분을 확보할 경우,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는 희석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진 후 인텔 주가는 화요일 하루에만 7% 이상 하락하며 최근의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습니다. 투자 분석가 데이비드 페이버는 “인텔 입장에서 반도체법 지원금이 지분 참여의 형태가 되는 것은 주주 가치를 희석시키기 때문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단기 급등이 초래한 밸류에이션 부담
이번 주가 하락은 최근의 가파른 상승세와는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이달 들어 인텔 주가는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으로부터 2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는 소식과 미 정부의 지원 기대감이 맞물리며 28%나 급등했습니다. 이로 인해 약 240억 달러의 시가총액이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단기 급등은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인텔의 주가는 향후 12개월 예상 이익의 53배에 달하는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었으며, 이는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시대 이후 가장 높은 밸류에이션입니다. 이처럼 주가가 고평가된 상황에서 지분 희석이라는 악재가 터져 나오자 매도세가 강하게 나타난 것으로 보입니다.
추가 자금 조달 노력과 인텔의 미래
인텔은 현재 대대적인 턴어라운드를 시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수년간 지속된 매출 감소와 시장 점유율 하락을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특히,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아직 뚜렷한 대형 고객을 확보하지 못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집행해왔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인텔은 자금 확보를 위해 소프트뱅크 외에도 다른 대형 투자자들과 할인된 가격으로 지분 투자를 받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의 주도 하에 진행되는 인텔의 재건 노력이 외부 자금 조달과 정부 지원이라는 변수 속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