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머크, 미국 바이오테크 기업 스프링웍스 39억 달러에 인수
독일 제약회사 머크(Merck KGaA)가 희귀 종양 치료제 확보를 통해 항암제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바이오테크 기업 스프링웍스 테라퓨틱스(SpringWorks Therapeutics)를 약 39억 달러(한화 약 5조 4천억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29일 밝혔다.
머크는 성명에서, 스프링웍스 주식 한 주당 47달러의 현금 인수 가격이 총 약 39억 달러의 주식 가치를 반영하며, 스프링웍스의 현금 보유액을 제외할 경우 기업 가치는 약 34억 달러(30억 유로)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수는 머크가 최근 수년간 추진한 거래 중 가장 큰 규모 중 하나로, 앞서 2월 10일 양사가 인수 협상 막바지에 있다는 로이터 보도가 나온 후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했던 주당 약 60달러보다 22% 낮은 가격에 체결됐다.
머크는 지난 4월 24일 가격 조정을 공식화하며, 스프링웍스 주당 약 47달러 수준의 최종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오전 7시(GMT 기준) 장 초반 소폭 하락했던 머크 주가는 오전 9시 28분 현재 1.2%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머크는 이번 인수 자금을 보유 현금과 신규 차입을 통해 조달할 예정이며, 이번 거래는 2027년부터 특별 항목 조정 후 주당 순이익(EPS)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머크는 이번 거래 이후에도 더 대규모의 인수합병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코네티컷주 스탬퍼드에 본사를 둔 스프링웍스는 2019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바이오테크 기업으로, 암 및 희귀 종양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두 가지 제품을 시장에 출시한 상태다. 하나는 연조직에 악성 영향을 미치는 데스모이드 종양 치료제 ‘옥시비오(Ogsiveo)’로, 2024년 매출은 1억 7,2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또 다른 제품은 신경초 종양을 특징으로 하는 NF1-PN을 치료하기 위해 올해 2월 승인받은 ‘고멕리(Gomekli)’다.
머크 헬스케어 부문 책임자인 피터 겐터는 “스프링웍스를 통해 희귀 종양 분야에서 선도적 입지를 확보하고, 이 분야에 대한 추가 투자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맞이했다”고 밝혔다.
머크는 이번 거래가 2025년 하반기 중 스프링웍스 주주들의 승인과 규제 당국의 심사를 거쳐 최종 완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정책의 영향
JP모건의 애널리스트 아누팜 라마는 과거 보고서에서, 다른 유력 인수자가 부재하고 거시경제 여건이 악화된 점이 스프링웍스의 기업가치를 낮췄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 바 있다.
올해는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인수합병(M&A) 활황이 기대됐지만,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정책, 특히 미 식품의약국(FDA) 내 대규모 인력 감축이 변수로 작용했다. 이로 인해 의약품 승인 절차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예상되는 신약 매출 전망도 위축되면서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머크는 이번 제안이 스프링웍스의 2월 7일 기준 20일 평균 주가(37.38달러) 대비 26% 프리미엄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시장에서 최초 거래 가능성이 거론되기 하루 전 시점이다.
그러나 투자자문사 MKP 어드바이저스는 이번 제안이 경쟁사의 추가 입찰을 막지 못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MKP 매니징 디렉터 토마스 니에나버는 보고서에서 “초기 예상보다 낮은 인수 가격이 다른 후보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머크는 최근 두경부암 치료제 제비나판트(Xevinapant) 개발 중단 등 후기 임상 단계에서 주요 실패를 경험한 이후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 강화에 특히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