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 가격 3년 6개월 만에 최저…K-양극재 업계 위기

리튬 가격이 공급 과잉과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일시적 정체, 이른바 ‘캐즘’ 현상으로 급락하고 있다. 이러한 가격 하락은 양극재 업계에 큰 타격을 주고 있으며, 이들 기업은 예상 판매량을 줄이고 투자 속도를 조정하는 등 다양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향후 리튬 가격의 반등 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워 업계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리튬의 탄산리튬 가격은 kg당 71.5위안으로 하락했다. 이는 2021년 2월 이후 3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리튬 가격은 한때 kg당 100위안을 넘어섰으나, 6월 초부터 하락세가 지속되며 저점을 기록하고 있다.

리튬 공급 과잉은 글로벌 주요 국가들과 기업들이 전기차 시장 성장에 발맞춰 광산 개발에 대거 참여한 결과이다. 그러나 전기차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면서 가격 하락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한 리튬 공급 과잉이 심각한 상황이라, 단기적인 가격 반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신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탄산리튬 생산량은 전년 대비 41% 증가해 65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전기차 수요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향후 4~5년간 리튬 공급 과잉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리튬 가격 하락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곳은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생산하는 업체들이다. 이들은 리튬을 주요 원료로 사용해 제품을 제조하며, 배터리 셀 제조사와의 계약에 있어 리튬 가격 변동에 맞춰 가격을 연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리튬 가격이 하락하면 높은 가격에 구매한 원료로 만든 제품을 낮은 가격에 판매해야 하는 ‘래깅 효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된다.

포스코퓨처엠과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등 주요 양극재 기업들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리튬 가격 하락에 따른 부진을 겪었다. 포스코퓨처엠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4.8% 감소한 27억 원을 기록했고, 에코프로비엠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96.6% 줄어든 39억 원에 그쳤다. 엘앤에프는 842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이들 기업은 지속적인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양극재 생산 목표를 조정하고 설비투자 규모를 축소하는 등 전략 조정에 나섰다. 포스코퓨처엠은 올해 설비투자 예산을 당초 목표였던 2조8000억 원에서 7000억 원을 줄여 2조1000억 원으로 조정했으며, 양극재 판매량 예상치도 기존 7만2000톤에서 6만7000톤으로 하향 조정했다. 에코프로비엠 역시 최근 실적 발표에서 양극재 생산 능력의 중장기 조정을 검토 중임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