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 워너 브라더스 인수 제안 거절당해… 미디어 공룡의 미래는?
최근 데이비드 엘리슨이 이끄는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가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에 주당 약 20달러의 인수 제안을 했으나, WBD 측이 “제안 가격이 너무 낮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하며, 할리우드 미디어 업계의 지각 변동 가능성에 다시 한번 불을 지폈습니다.
인수 제안의 배경과 시장 반응
지난 9월 11일, 엘리슨의 WBD 인수 관심 소식이 전해진 이후 WBD의 주가는 36% 이상 급등하여 금요일 종가 기준 17.10달러를 기록했습니다. 현재 HBO, CNN, TNT 등을 소유한 WBD의 시가총액은 423억 달러에 달합니다. 이번 인수 제안에 WBD가 보유한 356억 달러(6월 30일 기준)의 부채를 승계하는 조건이 포함되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는 과거 파라마운트 글로벌 인수에 참여했던 자산운용사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와도 WBD 공동 인수를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데이비드 엘리슨은 오라클 창업주인 억만장자 래리 엘리슨의 아들로, 그의 아버지는 스카이댄스의 파라마운트 글로벌 인수 당시 8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 대부분을 지원한 바 있습니다. 현재 파라마운트, WBD, 아폴로 측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데이비드 엘리슨의 비전: 콘텐츠 제국의 확장
데이비드 엘리슨은 지난주 블룸버그 스크린타임 콘퍼런스에서 WBD 인수 제안 사실을 직접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미디어 산업의 미래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그는 “스트리밍 중심의 미디어 환경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더 많은 콘텐츠 제작 엔진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WBD의 CEO 데이비드 자슬라프가 언급했던 ‘산업 통합의 필요성’에 동의하며, 가까운 미래에 실행 가능한 M&A 옵션이 많다고 시사했습니다.
엘리슨은 “결국 더 많은 영화와 TV 시리즈를 제작하여 이용자의 참여를 높이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며 잠재적인 인수 대상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콘텐츠 생산 능력 강화를 통한 시장 지배력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레거시 브랜드의 재탄생: 디지털 전환 전략
이번 인수 시도의 배경에는 파라마운트가 보유한 방대한 레거시 브랜드의 잠재력을 재평가하려는 전략이 깔려있습니다. MTV, BET, 니켈로디언과 같은 브랜드들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문화적 아이콘이지만, 전통적인 TV 시청률 하락으로 인해 기로에 서 있습니다. 엘리슨의 비전은 이들 브랜드를 단기적인 현금 흐름을 위해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차세대 플랫폼에 맞게 재설계하는 것입니다. 즉,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과 같은 디지털 플랫폼에서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입니다.
MTV: Z세대를 위한 디지털 뮤직 허브
과거 전 세계 음악 시장의 중심이었던 MTV는 유튜브에 주도권을 내주며 영향력이 약화되었지만, 브랜드 자산은 여전합니다. MTV를 Z세대와 알파 세대를 겨냥한 ‘디지털 퍼스트(digital-first)’ 채널로 재탄생시켜, 아티스트 독점 공연, 뮤직비디오 선공개, 비하인드 영상 등을 제공하고 열성 팬들을 위한 소액 결제 모델을 도입할 수 있습니다. 이는 스포티파이, 애플 뮤직 등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MTV를 다시 한번 글로벌 음악 문화의 허브로 만들 잠재력을 가집니다.
BET: 소셜 플랫폼 중심의 문화 허브
BET는 여전히 흑인 문화와 스토리텔링의 대명사입니다. 그러나 주요 시청자층은 이미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BET의 대표적인 음악, 코미디, 문화 프로그램을 디지털 포맷으로 전환하여 소셜 플랫폼에 최적화한다면, 브랜드의 영향력을 회복하고 새로운 스폰서십 및 멤버십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이는 최고의 인재들을 다시 BET 플랫폼으로 유인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니켈로디언: 차세대 크리에이터 놀이터
니켈로디언의 DNA는 상호작용적이고 재미있는 콘텐츠에 있습니다. 니켈로디언을 단순히 시청하는 채널이 아닌, 아이들과 가족이 직접 참여하는 ‘디지털 놀이터’로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숏폼 애니메이션, 키즈 챌린지, 인터랙티브 이벤트 등을 유튜브와 틱톡에 기본으로 제공하고, 스핀오프나 프리미엄 콘텐츠는 저렴한 구독 모델로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로블록스와 포트나이트에 열광하는 알파 세대를 공략할 새로운 기회가 될 것입니다.
전략적 전환: 네트워크에서 디지털 IP 엔진으로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트렌드를 좇는 것이 아니라, 파라마운트의 레거시 브랜드를 ‘디지털 IP 엔진’으로 전환하는 전략적 선택입니다. MTV, BET, 니켈로디언을 각 플랫폼에 최적화된 브랜드로 탈바꿈시킴으로써 대규모 광고, 브랜드 파트너십, 크리에이터 협업, 그리고 팬덤을 기반으로 한 직접 구독 모델 등 다각화된 수익 구조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KPMG의 미디어 부문 글로벌 리드 파트너인 스콧 퍼디는 “레거시 브랜드는 짧고 흥미로운 콘텐츠를 선호하는 젊은 세대와 공감하기 위해 스토리텔링 방식을 혁신해야 한다”며, “이러한 전환은 오래된 브랜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지만, 진화하는 포맷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과감한 재창조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했습니다. 결국 이 비전의 성공은 디지털 콘텐츠와 브랜드 파트너십을 융합해 본 경험과 실행력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