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VA, 사바델 인수 추진 여부를 대형 투자자 의견에 따라 결정

정부 조건 검토 중인 BBVA

스페인의 대형 금융그룹 BBVA는 최근 사바델 은행 인수공개매수(OPA) 계획과 관련해, 정부의 조건을 검토하는 한편 주요 투자자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인수 절차를 계속 진행할지를 타진 중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BBVA는 지난 화요일부터 스페인 국무회의가 제시한 조건들을 분석하고 있으며, 해당 조건에는 사바델의 법적 독립성과 자산 분리, 별도의 경영 체계 유지 등을 최소 3년간 보장하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 기간은 2년 더 연장될 수 있다.

모든 시나리오 고려 중… 철회도 배제하지 않아

같은 날 BBVA는 스페인 금융감독당국(CNMV)에 공식적으로 이러한 조건들을 검토하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 인수 제안을 철회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BBVA의 예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약 8억5천만 유로에 달하는 시너지 효과 중 다수는 여전히 실현 가능하지만, 그 속도는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BBVA는 애초 OPA 제안 당시, 인수 후 2년 내 해당 시너지를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 조건으로 인한 시너지 제한

정부가 제시한 조건의 핵심은 ‘분리된 경영’이다. 카를로스 쿠에르포 경제장관은 BBVA가 인수를 이유로 사바델 직원을 해고하거나 지점 수를 급격히 줄이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행정·기술 분야에서 4억5천만 유로의 비용 절감이 실제로 가능할지는 불확실하며, 기술 플랫폼 통합 여부도 명확하지 않다. 이에 따라 인수로 인한 인건비 절감 3억 유로와 자금 조달 1억 유로가 3년간 실현 불가능할 수 있어, 전체 시너지의 절반이 초기 3년간 제한될 전망이다.

핵심은 대형 투자자들의 입장

블룸버그는 이 인수 계획의 향방이 BBVA와 사바델 양측의 주요 주주들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주요 주주는 대부분 글로벌 대형 투자펀드이며, 양사 간에 중복되는 경우도 많다. CNMV 자료에 따르면, BBVA의 최대 주주는 블랙록(6.8%)이며, 이어서 캐피털 리서치(5%)가 뒤따른다. 사바델의 경우에도 블랙록이 6.7%로 최대 주주이며, 이어서 취리히 보험(4.1%), 디멘셔널 펀드(3.69%), 멕시코 투자자 다비드 마르티네스(3.49%) 등이 있다.

시장 평가와 주주 압박

현재 주식시장에서 사바델의 가치는 BBVA의 제안가보다 높은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BBVA는 사바델 주식 5.3456주당 자사 주식 1주와 배당금 0.70유로를 제안했지만, 시장은 사바델을 이보다 약 5% 더 높은 가치로 보고 있다. 이는 투자자들이 더 나은 조건을 요구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법적 대응 가능성도 남아 있어

BBVA는 정부의 조건이 과도하다고 판단될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이번 인수 제안은 지난 4월 30일 스페인 경쟁위원회(CNMC)의 조건부 승인 이후 국무회의에 상정되어 결정된 것이다. 정부는 두 은행이 최소 3년간 완전히 통합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추가 조건을 제시했다.

향후 세 가지 시나리오

정부의 결정 이후, BBVA가 취할 수 있는 경로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기존 조건을 유지한 채 OPA를 강행하는 방안. 둘째, 제안 내용을 조정해 다시 제시하는 방안. 셋째, 인수 시도를 완전히 철회하는 것이다. 향후 BBVA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에 따라 스페인 금융시장과 양 은행의 미래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