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이노베이션, 차세대 CAR-T 상용화 기대감에 오너 일가 지분 확대까지 ‘쌍끌이 모멘텀’

수요일 오후 2시 35분 기준 HLB이노베이션 주가가 전장 대비 13% 가까이 뛰며 24,350원 안팎에서 거래됐다. 시장의 투심이 거세게 몰린 배경에는 핵심 자회사가 개발 중인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제의 상용화 및 글로벌 기술수출(L/O)에 대한 짙은 기대감이 깔려 있다. 같은 날 열린 ‘2026 HLB 포럼’에서 그룹 측은 간암과 담도암 신약의 뒤를 이을 차세대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이 CAR-T 치료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흥미로운 대목은 자회사 베리스모 테라퓨틱스(Verismo Therapeutics)가 주도하는 임상의 방향성이다. 기존 CAR-T 치료제들이 주로 혈액암에 타깃을 맞췄던 한계를 넘어, 난소암이나 췌장암 같은 고형암으로 과감하게 적응증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포럼에 직접 나선 베리스모의 로라 존슨(Laura Johnson) 최고과학책임자(CSO)와 공동 창업자 도널드 시걸(Donald Siegel) 교수는 현재 미국에서 진행 중인 임상 1상 파이프라인의 차별화된 디자인 전략과 기술적 우위, 그리고 향후 상용화 로드맵을 짚어냈다.

사실 파이프라인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이미 지난 4월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발표된 ‘SynKIR-110’의 임상 1상 중간 데이터로 한 차례 예열된 상태였다. 평가 가능한 환자 9명 중 4명에게서 의미 있는 종양 반응이 나타났고 최대 47%의 종양 감소율이 확인되었다는 점은 고무적인 성과로 평가받는다. HLB 그룹은 이번 1상 임상을 마치는 대로 글로벌 기술수출을 본격적으로 밀어붙일 심산이며, 이번 포럼을 기점으로 회사 전사적 역량을 결집해 글로벌 빅파마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을 내비쳤다.

이러한 굵직한 R&D 모멘텀의 이면에서는 오너 일가의 발 빠른 지분 확보 움직임이 포착되며 시장에 또 다른 시그널을 던지고 있다. 원래 반도체 부품 사업을 뼈대로 성장했던 HLB이노베이션은 100% 미국 자회사인 베리스모를 품으며 그룹 내 핵심 바이오 계열사로 체질을 완전히 바꿨다. 그리고 이 중대한 전환기에 맞춰 진양곤 HLB그룹 의장의 두 딸이 나란히 지분을 늘렸다.

진유림(31·1994년생) HLB 이사와 진인혜(29·1996년생) 베리스모 테라퓨틱스 상무는 최근 본인들이 쥐고 있던 전환사채(CB)의 전환권을 행사해 HLB이노베이션의 주식을 신규 취득했다. 진 상무가 지난 2일 권리를 행사한 데 이어 진 이사 역시 같은 방식으로 19만 6155주를 확보했다. 보유자가 일정 시점에 채권을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CB의 특성상,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거나 기업 가치 상승에 대한 확신이 섰을 때 전환권을 행사하는 것이 일반적인 투자 문법이다.

자녀들의 행보에 앞서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진 의장 본인도 지분 확대에 앞장섰다. 진 의장은 지난달 30일과 이달 2일에 걸쳐 장내에서 HLB이노베이션 주식 16만 주를 직접 사들였다. 결과적으로 오너 일가를 포함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단숨에 55만 2310주나 불어났다.

회사 측은 이를 두고 “회사의 중장기 사업 방향에 대한 내부의 확고한 신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임상 데이터 발표와 글로벌 파트너링 모색이라는 거대한 이벤트를 앞두고 오너 일가가 전면에서 지분을 묶어뒀다는 건 단순히 장부상의 숫자가 바뀌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결국 차세대 신약 플랫폼의 성공 여부는 베리스모가 앞으로 내놓을 후속 데이터와 실제 기술수출 계약 성사율에 달렸겠지만, 적어도 이 파이프라인을 쥐고 있는 내부 경영진의 베팅은 이미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