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선 매수자들: 치열해진 주택 시장의 이면과 엇갈리는 봄
멜리사와 마이크 서터 부부는 올봄 내 집 마련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고 믿었다. 2021년 처음 집을 찾기 시작한 이후로 두 사람은 직장에서 승진하며 소득을 늘렸고, 꼼꼼하게 예산을 짜며 계약금을 위한 통장 잔고를 불려 나갔다. 올해 서른한 살인 이 부부는 당장 올여름 첫아이의 출산을 앞두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의 새 보금자리 찾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이 롱아일랜드에서 가장 피 말리는 부동산 격전지, 홀브룩(Holbrook)에 푹 빠져버렸다는 사실이다. 부동산 감정평가사 조나단 밀러가 취합한 뉴스데이의 주택 판매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작년 7월부터 12월 사이 홀브룩에서 거래된 주택의 무려 82%가 매도자의 호가를 웃도는 가격에 팔렸다. 이는 같은 기간 50건 이상의 거래가 발생한 지역 중 단연 압도적인 1위다. 홀브룩과 인접한 론콘코마, 셀든, 파밍빌, 그리고 서쪽으로 조금 떨어진 노스 바빌론 역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상위 5개 지역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서퍽 카운티(Suffolk County) 중부에 위치한 이 동네들이 원래 상대적으로 저렴한 집값 덕분에 첫 주택 구매자들의 성지로 불렸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시장에 나온 매물이 턱없이 부족해지자 거래를 따내기 위한 매수자들의 떼거지 경쟁이 벌어졌고, 그 결과 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40만 달러 선에 거래되던 평범한 집들이 이제는 60만 달러를 훌쩍 넘어서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밀러는 이 상황을 두고 아주 현실적인 진단을 내놓았다. 억만장자들이 돈잔치를 벌이며 호가를 올리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평범한 예산을 가진 사람들이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을 위해 동년배들과 처절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으며, 집을 소유하려면 말 그대로 이 진흙탕 싸움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다.
이는 특정 동네만의 유별난 일탈이 아니다. 이스트 엔드를 제외한 롱아일랜드 전역에서 판매된 주택의 56.9%가 최종 호가보다 비싼 가격에 거래되었다. 이 기형적인 흐름의 배후에는 심각한 매물 가뭄이 자리 잡고 있다. 팬데믹 직후 모기지 금리가 역대 최저치로 곤두박질치면서 폭발한 수요가 롱아일랜드의 주택 재고를 말 그대로 싹쓸이해버렸고, 그 빈자리는 아직도 채워지지 않고 있다. 3월 말 기준 시장에 남은 주택 수는 팬데믹 이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토록 뼈아픈 매물 부족이 피 튀기는 경쟁과 가격 상승을 부채질한 셈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22년 모기지 금리가 6%대로 두 배 이상 치솟은 뒤 좀처럼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매수자들의 숨통을 옥죄고 있다.
집을 찾아 헤매는 동안 나날이 불어나는 주택 구입 비용과 대출 이자의 압박을 온몸으로 체감한 서터 부부의 박탈감은 꽤나 깊다. 마이크는 소득과 저축이 훨씬 적었던 5년 전의 구매력을 이제야 겨우 따라잡은 느낌이라며, 다 잡았다고 생각한 공을 눈앞에서 빼앗긴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이달 초, 부부는 또 한 번의 씁쓸한 고배를 마셨다. 홀브룩에 나온 60만 달러짜리 침실 3개짜리 단층집(ranch)에 호가보다 3만 달러를 더 얹어 베팅했지만, 어느 화요일 오후 중개인으로부터 돌아온 것은 매도자가 더 높은 금액을 부른 사람을 선택했다는 비보였다. 보헤미아의 IT 회사에서 일하는 마이크는 애써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실망감을 감추려 했지만, 사우샘프턴의 도서관에서 책을 정리하던 멜리사에게 그 소식은 꽤나 날카롭게 꽂혔다.
롱아일랜드 전역에서 호가를 뛰어넘는 거래는 이제 놀라운 뉴스거리도 아니다. 작년 하반기에 50건 이상 거래가 발생한 77개 지역 중 61곳에서 절반 이상의 주택이 호가 위로 팔려나갔다. 데이터를 뜯어보면 가장 치열했던 상위 10개 지역이 모두 서퍽 카운티에 몰려 있고, 그중 4곳이 섬 중부에 군집해 있다. 낮은 재산세, 그리고 집주인들이 부수입을 올리거나 대가족을 한 지붕 아래 모아 생활비를 줄일 수 있게 해주는 별채(accessory apartments) 허용 여부가 이 지역들의 몸값을 높인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레드핀(Redfin)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적으로 호가 이상에 팔린 집은 22.8%에 불과했다. 레드핀의 통계는 최초 호가를 기준으로 하고 밀러의 데이터는 최종 호가를 기준으로 한다는 방법론적 차이가 있어 가격을 내렸다가 다시 올린 사례가 배제되긴 했지만, 그럼에도 롱아일랜드의 과열 양상이 전국 평균을 아득히 뛰어넘는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좁은 시야를 거두고 미국 전체의 봄날 주택 시장을 들여다보면, 모든 곳이 롱아일랜드처럼 숨 막히는 쟁탈전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매수자와 매도자가 다시 시장에 발을 들이면서 지역별로 확연히 다른 결의 온기가 감지되고 있다. 예를 들어 디트로이트 대도시권(Metro Detroit)의 주택 시장은 이번 봄을 기점으로 뚜렷한 상승 모멘텀을 타기 시작했다. 지역 내 주택 컨디션과 동네 인프라에 따라 거래 양상은 여전히 천차만별이지만, 확실한 건 시장의 숨통이 조금씩 트이고 있다는 점이다. Realcomp II Ltd, Re/Max, Real Estate One 등에서 발표한 새로운 부동산 지표들은 3월에서 4월 사이의 뚜렷한 거래 활성화와 함께 매수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는 재고 증가 추세를 보여준다. Realcomp는 전월 대비 거래 완료 건수가 17.4% 훌쩍 뛰었다고 보고했고, Re/Max 역시 3월 대비 15%의 활동 증가를 기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