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생각이 없는 집이라도 찌른다” 매물 가뭄이 낳은 미국 부동산 시장의 기묘한 생존법

마음에 쏙 드는 드림하우스를 발견했는데, 하필 매물로 나오지 않은 집이라면 어떨까? 과거에는 그저 발길을 돌려야 했겠지만, 요즘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일단 집주인에게 “당신의 집을 사고 싶다”고 제안부터 던져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시장에 나온 매물 자체가 극도로 부족한 데다, 기존 집주인들이 역대급으로 정착 기간을 늘리면서 살 집을 찾지 못한 구매자들이 막다른 골목에 몰렸기 때문이다.

이런 이색적인 수요를 파고든 플랫폼이 바로 ‘언리스티드(Unlisted)’다. 오하이오 출신의 케이티 힐이 지난해 설립한 이 플랫폼은 미국 전역의 공공 부동산 기록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구매자가 매물로 나오지 않은 특정 주택의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 플랫폼이 해당 집주인에게 누군가 당신의 집을 사고 싶어 한다는 알림을 보내는 방식이다. 집주인은 플랫폼에서 자신의 주택 프로필을 등록하고 사진이나 세부 정보를 업데이트한 뒤, 관심 있는 구매자와 직접 소통을 시작할 수 있다. 여기에 AI가 생성한 요약 리포트가 해당 주택의 거래 이력을 정리하고 트렌드를 분석해 현재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가격을 받을 수 있을지 가이드라인까지 제공한다. 일종의 ‘디지털 러브레터’인 셈이다.

필라델피아에서 불어오는 ‘디지털 러브레터’의 바람

실제로 필라델피아 같은 대도시의 주택 시장을 보면 구매자들이 왜 이런 플랫폼까지 기웃거리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부동산 중개 사이트 레드핀에 따르면, 지난 5월 필라델피아의 주택 매매가 중간값은 약 29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5% 상승했다. 특히 전체 거래의 약 27%가 집주인이 처음 제시한 호가보다 높은 가격에 팔렸는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매물 체류 기간은 소폭 늘었고 거래량 자체는 오히려 작년보다 줄었지만, 시장의 매물 공급량은 2019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과 비교하면 여전히 42%나 쪼그라든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집을 구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은 급할 수밖에 없다. 언리스티드 측은 특정 지역의 구체적인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6월 서비스 출시 이후 미국 전역에서 약 3만 7천 가구의 주택이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고 밝혔다. 드렉셀 대학교의 경제학자이자 부동산 금융 전문가인 케빈 길런은 이를 두고 “과거 부동산 중개인이나 구매자들이 집주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손편지를 쓰던 방식이 디지털로 진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대일 매칭을 도와줄 수는 있어도 시장 전체의 판도를 바꾸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길런은 주택 시장을 유명 클럽 앞에 길게 늘어선 줄에 비유하며, “언리스티드가 줄의 맨 앞으로 조금 더 빨리 이동하게 도와줄 수는 있겠지만, 집주인이 진짜 집을 팔 결심을 굳혔을 때는 가장 좋은 가격을 받기 위해 결국 모두에게 문을 열어두고 싶어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현금 뭉치가 오가는 뜨거운 실거래 현장: 레이크우드 랜치

이처럼 매물이 없어 보이지 않는 문을 두드리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시장에 나온 초고가 프리미엄 매물을 두고 치열한 눈치싸움과 현금 동원력을 보여주는 뜨거운 실거래 현장도 공존한다. 플로리다주의 대표적인 계획도시이자 부촌으로 꼽히는 레이크우드 랜치(Lakewood Ranch)의 6월 초(1일~5일) 거래 동향을 보면, 미국 자산가들이 선호하는 주택의 조건과 자금의 흐름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기간 최고가 거래를 기록한 곳은 ‘컨트리클럽’ 단지 내 하이필드 서클(12407 Highfield Circle)에 위치한 저택이다. 앤드루와 안젤라 갈레지오프스키 부부는 이 집을 리시아 출신의 제임스·메리 크리스틴 록하트 부부에게 249만 9,000달러에 매각했다. 2015년에 지어진 이 저택은 약 4,267평방피트의 주거 공간에 침실 4개, 욕실 4.5개, 그리고 야외 수영장을 갖춘 전형적인 최고급 주택이다. 최근 조성된 ‘와일드 블루 앳 워터사이드’ 단지의 블루 쉘 루프(1209 Blue Shell Loop) 매물 역시 VIP-Palm 인베스트먼트 & 디자인이 올해 막 완공된 신축 주택(침실 3개, 욕실 3.5개, 수영장, 3,219평방피트)을 마이클 포시에에게 236만 달러에 넘기며 그 뒤를 바짝 쫓았다.

자산 가치의 변동과 시장의 미묘한 온도 차

재미있는 점은 이 지역의 거래 이력을 뜯어보면 자산 가치의 변동과 시장의 미묘한 온도 차가 읽힌다는 것이다. 컨트리클럽 단지의 포트마녹 플레이스(7003 Portmarnock Place) 주택은 데이비드와 파멜라 슈미그가 스콧·로라 리처즈 부부에게 190만 2,500달러에 팔았는데, 이 집의 2020년 거래가는 108만 5,000달러였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자산 가치가 두 배 가까이 뛴 셈이다. ‘레이크 클럽’ 단지의 베로나 플레이스(17110 Verona Place) 주택(침실 5개, 풀 욕실 4개, 하프 욕실 2개) 또한 2023년 185만 달러에 거래된 이후 올해 187만 5,000달러로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갔고, ‘아자리오 에스플러네이드’의 몬텔로 웨이(14829 Montello Way) 주택은 2025년 159만 5,000달러에서 올해 175만 달러로 짧은 기간 안에 몸값을 올렸다.

하지만 모든 매물이 무조건 우상향 공식만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 어떤 집들은 시장의 냉정한 조정을 마주하기도 한다. 컨트리클럽 단지의 레이크 포레스트 글렌(7325 Lake Forest Glen) 주택은 2022년 매매가가 100만 4,000달러에 달했으나, 이번 6월 초 거래에서는 79만 달러로 주저앉았다. 아자리오 에스플러네이드의 트라몬토 코트(3012 Tramonto Court) 신축급 주택 역시 지난해 72만 달러에 거래되었던 것이 올해는 67만 3,000달러로 내려앉으며 손바뀜이 일어났다. 매수자 우위와 매도자 우위의 팽팽한 균형 속에서 가격 거품이 걷히는 매물들이 곳곳에서 포착되는 대목이다.

이 외에도 세월의 흔적을 담은 전통적인 주택들의 거래도 활발했다. 1999년에 지어진 더 마스터즈 에비뉴의 두 주택(6633번지 및 6720번지)은 각각 93만 5,000달러(2002년 매입가 63만 5,000달러)와 86만 달러(2022년 매입가 81만 달러)에 새로운 주인을 맞이했고, 시에나 루프(13828 Siena Loop)의 주택은 2019년 54만 달러에서 대폭 오른 79만 9,000달러에, 페블 비치 웨이(6605 Pebble Beach Way)의 주택은 72만 달러(2014년 매입가 44만 달러)에 팔렸다. ‘아일즈’ 단지의 페어윈즈 드라이브(17511 Fairwinds Drive) 주택도 172만 5,00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결국 지금의 미국 부동산은 정형화된 틀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국면을 지나고 있다. 필라델피아의 구매자들처럼 매물이 없어 집주인의 닫힌 문에 디지털 러브레터를 찌르는 절박함이 존재하는가 하면, 플로리다의 고급 주택 단지에서는 수십억 원의 자금이 정교한 가치 평가와 미묘한 가격 조정을 거치며 숨 가쁘게 오가고 있다. 보이지 않는 매물을 찾아 헤매는 신풍속도와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가는 프리미엄 실거래 시장, 이 두 가지 단면은 결국 공급 부족이라는 거대한 굴레 안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하려는 오늘날 미국 부동산 시장의 날것 그대로의 초상화다.